<곽택용의 태권도다움> 전자호구 시대... 보호대 '표준화'와 '호환성'이 절실하다!

  

WT 공인 전자호구 3사 시대 도래, 선수가 짊어진 기술적·경제적 부담

태권도 겨루기는 일반 호구에서 전자호구로 이어지는 두 가지 큰 흐름을 거치며 발전해 왔다. 특히 올림픽 겨루기는 2000년 시드니 대회부터 2008년 베이징 대회까지의 '아날로그 방식'과, 2009년 전자호구 도입 이후의 '디지털 방식'으로 그 성격이 확연히 나뉜다.

 

많은 이들이 과거 태권도 경기의 박진감 넘치는 기술을 그리워하곤 한다. 물론 과거에도 상대의 공격을 기다리는 '받아차기' 위주의 경기가 있어 늘 긴장감이 넘쳤던 것은 아니지만, 전자호구 시스템의 정착은 경기 양상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사실 전자호구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발생한 심판 판정 논란 이후, 퇴출 위기에 몰렸던 태권도가 판정의 투명성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선택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이었다.

 

전자호구 체제에서 손·발 보호대는 선수의 부상을 방지하는 본연의 기능을 넘어, 타격 시 발생하는 충격량과 근접 센서를 인식해 득점으로 연결하는 핵심 장치다.

 

현재 세계태권도연맹(WT)의 공인을 받은 업체는 대도(Daedo), 케이피앤피(KPNP) 그리고 2026년부터 새롭게 합류하는 웨이챔프(Waychamp)까지 총 세 곳이다. 공인 업체가 늘어남에 따라 선수들은 각 호구의 서로 다른 특성을 모두 파악하고 적응해야 하는 무거운 숙제를 안게 되었다.

 

호구마다 다른 센서, 선수의 혼선과 전술 왜곡

 

호구마다 센서의 예민도와 인식 방식이 다르다 보니 선수들 사이에서는 선호도가 극명하게 갈린다. 심지어 일부 선수들은 노후화된 호구를 선호하기도 하는데, 오래된 호구는 타격 인식이 상대적으로 둔해 수비 시 유리한 조건을 점할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다.

 

팀과 개인을 짓누르는 경제적 부담

 

더 큰 문제는 경제적 부담이다. 과거 태권도는 장소와 장비에 구애받지 않는 경제적인 스포츠였으나, 지금은 상황이 판이하다. 일선 학교나 실업팀은 새로운 호구가 출시될 때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이를 구입할 수밖에 없다. 호구마다 점수 표출 방식과 타격 특성이 달라 실전 훈련을 통한 적응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담은 팀을 넘어 개인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개인 장비인 손·발 보호대 역시 시합용·예비용·연습용으로 최소 3세트가 필요한데, 세 가지 브랜드에 모두 대응하려면 산술적으로 총 9세트의 보호대를 갖춰야 한다.

 

발등 보호대는 6만~10만 원, 손 보호대는 3만~4만 원 선이다. 한 명의 선수가 최소한의 구성을 갖추는 데만 약 80만 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하며, 소모품 특성상 교체 주기까지 고려하면 선수와 학부모가 짊어질 경제적 하중은 더욱 무거워진다.

 

근본적인 질문 — 표준화는 불가능한가

 

"전자호구 시스템을 규격화하여 공인해 줄 수는 없는 것인가?"

 

업체가 다르더라도 시스템의 구동 방식이 표준화된다면, 선수들은 기술적·전술적 대응을 일관되게 유지하며 경기력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대회의 공인 호구가 바뀌더라도 지도자와 선수들이 겪는 혼선 또한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물론 각 업체가 독자적인 기술력을 쌓아온 노하우를 무시할 순 없으며, 시스템을 단일화하는 과정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따를 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AI) 시대로 나아가는 현시점에서 전자호구 역시 사용자 편의를 고려한 진화가 필요하다.

 

최소한 손·발 보호대만큼은 호환돼야 한다!

 

당장 시스템 전체를 바꾸기 어렵다면, 최소한 손·발 보호대만큼은 서로 호환될 수 있어야 한다. 기술적 독자성을 유지하면서도 손·발 보호대 규격을 표준화한다면 선수들의 장비 구매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최근 가전 및 IT 산업의 트렌드 역시 사용자 편의를 위해 충전 규격 등을 표준화하고 호환성을 높이는 추세다.

 

심판의 공정성을 위해 도입된 전자호구가 이제는 더욱 정교해짐과 동시에, 장비의 호환성을 통해 선수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희망한다. 그것이야말로 태권도 경기가 진정한 '태권도다움'을 유지하며 대중에게 지속적인 사랑을 받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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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곽택용 교수 = 용인대학교 태권도학과 ㅣ press@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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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택용 교수 = 용인대학교 태권도학과
곽택용 교수는 태권도 엘리트 겨루기 선수 출신으로, 월드컵 세계대회와 세계군인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은퇴 후 국기원 태권도시범단에서 활동하며 다방향 격파 등 새로운 시범 기술을 개발해 주목받았고, 세계태권도한마당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 세계유니버시아드대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 지도자를 역임했으며, 현재 대한태권도협회 태권도시범단 감독을 맡고 있다. 겨루기, 품새, 시범을 모두 아우르는 정통 태권도인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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