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②] 씨름의 시작은 샅바였을까…‘민둥씨름’이 먼저였다는 근거들

2026-04-05 / 조회수 : 57 신고

구한말 기산 김준근 민둥씨름

(편집부)= 씨름은 흔히 샅바를 잡고 겨루는 경기로 인식된다. 그러나 역사 자료를 따라가다 보면, 지금의 형태가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은 아니라는 점이 드러난다. 오히려 도구 없이 겨루는 ‘민둥씨름’이 선행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 도구 없는 씨름에서 시작됐을 가능성

씨름의 발전 과정을 살펴보면, 형태는 점진적으로 변화해 왔다.

먼저 아무런 도구 없이 겨루는 방식이 존재하고, 이후 허리나 다리에 끈을 거는 형태가 등장하며, 마지막으로 오늘날과 같은 샅바를 사용하는 체계로 정착됐다는 흐름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추정이 아니라, 다양한 사료에서 간접적으로 확인된다.

과거 기록에서는 지역별로 서로 다른 방식의 씨름이 존재했으며, 특히 끈이나 샅바를 사용하는 방식은 점차 규격화된 형태로 발전한 것으로 나타난다.

■ “장난씨름”으로 불린 민둥씨름의 재해석

북한 민속학자 홍기무는 농촌 지역에서 샅바 없이 이루어지던 씨름을 ‘장난씨름’으로 표현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민둥씨름은 오랫동안 비공식적이고 격이 낮은 형태로 인식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표현은 ‘경기화된 씨름’과의 구분일 뿐,
형태 자체의 역사적 선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즉, 샅바를 사용하는 씨름이 제도화된 경기였다면,
민둥씨름은 보다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형태의 씨름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 일제강점기 씨름은 이미 ‘도구 기반 경기’

1930~40년대 자료를 보면, 당시 씨름은 이미 조직화된 경기 형태로 운영되고 있었다.

전국 단위 대회에서는 선수들이 허리나 다리에 끈을 묶거나 샅바를 착용한 상태에서 경기를 진행했으며, 이는 일정한 규칙과 형식을 갖춘 ‘경기 씨름’의 모습이었다.

반면 민둥씨름은 이러한 공식 경기 체계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민둥씨름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경기화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 샅바는 언제부터 사용됐는가

샅바의 등장 시기에 대해서도 다양한 증언이 존재한다.

일부에서는 1920년대부터 샅바가 사용됐다고 보기도 하지만, 보다 구체적인 증언에 따르면 현재와 같은 형태의 샅바는 1940년 이후에 정착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 이전에는 허리나 다리에 끈을 거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으며, 이 또한 일정한 규격 없이 다양하게 사용되었다.

이 흐름을 종합하면 씨름은

도구 없음 → 부분적 도구 사용 → 표준화된 샅바

라는 과정을 거쳐 발전했을 가능성이 높다.

■ 민둥씨름은 ‘이전 단계’인가, ‘다른 갈래’인가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남는다.

민둥씨름은 단순히 과거의 원시적 형태였을까,
아니면 씨름의 또 다른 독립적 갈래였을까.

현재까지의 자료를 보면, 민둥씨름은 특정 시기에 사라진 것이 아니라, 지역과 환경에 따라 계속 이어져 왔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민둥씨름이 단순한 ‘이전 단계’라기보다
씨름이라는 큰 틀 안에서 공존해온 하나의 형태였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다음 편에서는
1940년대 신문 자료를 중심으로
당시 씨름 기술 체계와 유형을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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